'12·3 비상계엄'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에 출동해 있던 육군특수전사령부 병력들에게 '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', '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'는 지시를 했다는 군 장성의 증언이 나왔다. 윤 전 대통령이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증언이다.
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(부장판사 지귀연)는 5월 26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·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5차 공판을 열고 이상현 전 육군특수전사령부(특전사) 1공수여단장(준장)을 불러 신문했다.
이 전 여단장은 국회 당직자들이 계엄군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소화기를 분사하며 저항하고 있다고 보고한 부하 간부에게 '대통령님이 문 부수어서라도 끄집어 내라, 전기를 끊을 수 없냐고 한다'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.
이 전 여단장은 상부 지시를 전한 내용이냐 묻자 "(곽종근 당시) 사령관이 화상회의를 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'문을 부수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'고 하고, 2~3초 뜸을 들이고 '전기라도 끊어보라' 또는 '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'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"고 부연했다.
이 전 여단장은 비화폰 통화 기록을 제시하며 묻는 검찰이 거듭 묻자 윤 전 대통령이 '국회의원 끄집어내라', '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'는 지시를 하는 것을 곽 전 사령관에게 전해 들었다고 했다. '도끼' 표현은 윤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고도 그는 설명했다.
그는 이 전화를 받은 직후 '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'고 울부짖는 시민들을 보며 "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"며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도 말했다.
이 전 여단장이 계엄 선포 후인 지난해 12월 4일 자정 국회에서 반모 2대대장에게 전화로 "(국회) 담을 넘어가. 그래서 1대대와 2대대가 같이 의원들을 좀 이렇게 끄집어 내"라고 지시하는 녹음도 이날 법정에서 재생했다.
이 전 여단장은 그렇게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묻는 검찰 측 신문에서 "그렇게 지시했다"며 "국회에 도착했다고 보고했을 때 사령관(곽종근)이 긴박하게 지침을 줬는데, 의원들을 다 밖으로 내보내란 지침이었다"고 말했다.
그는 김형기 1대대장에게도 같은 지시를 했다고 인정했다. 다만 해당 지침을 전해 준 지시자가 곽 전 사령관인지 박정환 참모장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.
이날 이 전 여단장은 국회 의결 방해 행위가 불법적 행위라고 생각하지만, 적어도 사전에 그런 지시인 것을 알았으면 명령에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.
이 전 여단장은 "(곽 전 사령관이) 계엄이 발생했으니 국회에 들어가 의결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면 단연코 누가 그 임무를 수행하겠나"라며 "북한의 위협이라 판단해서 가다 보니 늪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고 제 부하들이 뒤로 따라서 쭉 들어오는 느낌이었다"고 진술했다.
그는 자신이 여단장에 취임할 때 전두환 신군부의 12·12 쿠데타를 다룬 영화 '서울의 봄'으로 부대원들의 사기가 많이 꺾이는 것을 목격하며 이런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교육을 해 왔다고도 설명했다.
검찰은 이 전 여단장이 반 대대장에게 '국회의원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의결하는 모양이야.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'라 지시하는 녹음도 재생하며 거듭 추궁했으나, 이 전 여단장은 무엇을 의결하는지 몰랐고 곽 전 사령관 말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다.
검찰은 윤 전 대통령 및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 전 사령관을 통해 이 전 여단장에게 병력출동을 지시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.
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군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지시해 직권을 남용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의심한다.
또 이 전 여단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2분여 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25분께 곽 전 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"편의대 2개조를 국회와 민주당사로 보내라"고 지시했던 사실이 있다고도 진술했다.
다만 곽 전 사령관은 당시 편의대를 보내라고만 지시했을 뿐 국회나 민주당사에서 수행할 임무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전 여단장의 진술이다. 편의대는 사복 군인으로 정찰, 정보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팀을 뜻한다.
곽 전 사령관은 이어 당일 오후 10시25분께 또는 33분께 전화에서 1공수여단 소속 1개 대대는 국회의사당, 1개 대대는 의원회관으로 보내고 '건물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내보내라' 지시했다는 것이 이 전 여단장 설명이다.
이 전 여단장이 국회에 출동할 대대장들에게 '개인화기를 휴대한다. 권총은 휴대하지 않고 전자총·테이저건·포박·포승·케이블타이 이런 비살상 물자 및 통신장비를 휴대하라'고 지시하는 통화 녹음도 법정에서 재생됐다.
이 전 여단장은 당시 '실탄은 개인이 휴대하지 않고 대대장과 지역대장이 탄통으로 보관한다'고 지시했는데, 자신이 참모들과 논의하다 북한의 도발이 아닌 소요사태라 판단해 그렇게 지시했다는 취지로 부연했다.
이 전 여단장은 앞서 2월 국회 봉쇄·침투 작전에 연루된 혐의(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)로 불구속 기소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.
이 전 여단장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김현태 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장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.
한편 이날 공판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(6월 3일) 전 마지막 공판이다. 이날 윤 전 대통령은 '대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하실 말이 없나', '부정선거 영화는 왜 본 거냐' 등의 질문을 받았으나 답하지 않았다.
재판부는 차회 공판인 다음달 9일 오전 10시15분에 이 전 여단장을 다시 불러 윤 전 대통령 측 반대신문을 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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